춤은 내가 촌닭들에서 지속시켜나갈 수 없는 하나의 과제였다. 새로 들어오는 신입단원들에게 춤을 알려주지 못하는 것도 안타까웠고, 촌닭들에게 노래, 춤, 악기 중에 하나인 춤을 어느샌가부터 잊어왔다는 사실이 한 편으로 바바라에게도 촌닭들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미안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마린이 끝까지 삼바와 이제샤등 춤을 끊임없이 공연에 넣으려고 하고, 자기 스스로 촌닭들의 춤 워크숍을 만들어서 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더 할 나위 없이 고마웠다. 그리고 나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오슘의 춤과 바추스카다 지 간지의 춤을 이번 기회에 배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동안 재미로만 춰왔던 삼바를 다시 기본부터 연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내 몸은 춤을 추기엔 반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적합한 이유는 길기 때문이고, 적합하지 못한 이유는 너무 말랐고, 오다리 이며, 유연치 못하기 때문이다. 뭐 이유를 따지면 적합과 반 적합의 차이는 좀 많지만 말이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마린과도 더 가까워질 수 있었고, 신입단원들에게 브라질의 춤을 알려줄 수 있어서 기쁜 워크숍이었다.
잘생긴 구스타보 두다멜은 고작 스물 일곱살에 세계를 돌아다니며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정말 천재가 아닐 까 싶다. 역시 부모님이 두 분 다 음악하는 분이라는것의 영향력도 있긴 있나보다.
오케스트라를 직접 볼 때는 10대들로 구성된 팀임에도 모든 것이 완벽했다. 할머니가 10만원짜리 공연을 보러간다고 사기라고 하셨을 때가 생각이 난다.
기대만큼 요번 오케스트라는 굉장했다. 나는 어렸을 적 어머니를 따라서 오케스트라를 많이 보러 왔었는데 그때마다 돌아다니고 졸려하고 짜증만 냇다. 하지만 이렇게 16살이나 되서 오니 그때와는 다르게 음악을 느낄 수 있어졌다. 이 오케스트라에서는 솔직함이 느껴졌다.
구스타보 두다멜은 그 곱슬 머리를 휘날리며 박력있고 멋지게 지휘를 하고 있었다. 지휘하는 지휘자를 유심히 본 것도 요번이 처음이라 그런지 그가 너무 열정적이게 보였고 그를 보는 나의 이마에 땀이 맺힐정도였다. 소름이 돋고 더웠다.
한편으로는 너무 부러웠다. 나도 공연팀이지만 장르는 많이 달라도 어떻게하면 이렇게 관객들에게 솔직한 느낌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했다. 나는 솔직함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 공연이 훨씬 더 좋았다.
연주를 하는 10대들을 보니 얼굴에서 광채가 낫다. 다들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눈을 지긋이 뜨고 긴 속눈썹이 보였다. 아름다웠다. 그들은 두다멜의 열정적인 지휘를 더하여 여유로움으로 우리들에게 답을 보내주었다. 그 답을 받은 관객들은 하나같이 눈에서 빛이낫다. 날 포함한 관객들이 매료되었다.
이렇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나는 무대 한 곳만 바라보았다. 차마 눈을 뗄 수 없었다.
제일 마음에 와닿았던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 재미있는 분위기였다. 어두웠다가 밝았다가 조용해졌다가.. 마음 속으로 계속 '오~오~'를 되뇌게 한다. 이런 오케스트라 처음이었다. 분위기 마다마다의 전율이 흐르는...
5년 전, 지리산 노고단에서 출발할 때처럼 도법 스님의 자세는 낮았다.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의 5년과 서울순례 100일을 마무리하는 행사가 13일 저녁 서울 종로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도법 스님은 모든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소리꾼 정유숙은 판소리로
순례단의 노고를 위로했고, '하자센터'의 10대 청소년은 노래로 순례단의 마지막을 활기로 채웠다. 서로의 노고를 격려하고 감사의
마음을 나누는 자리, 천도교 중앙대교당에는 이렇게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길에서 꽃을 줍다."
순례단은 정말 길에서 꽃을 주웠던 것일까. 제주와 부산, 그리고 광주와 서울까지. 지난
2004년 3월 1일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3만리로 1만2000km에 이른다. 길 위에서 8만여 명의 사람을 만났고
500회의 강연을 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명과 평화의 기운이 흐를 수 있도록 하는 대장정이었다.
5년, 3만 2000km, 8만 명, 500회 강연... 도법스님과 순례단의 여정
이쯤 되면, 이런저런 성과를 자랑스럽게 내놓아도 밉지 않게 보일 터. 하지만 도법 스님은 모든 공을 타인에게 돌렸다.
탁발순례는 말 그대로, 얻어 먹고 얻어 자고 얻어서 쓰면서 걷는 순례였다. 혹한기와 혹서기를
제외한 모든 기간 동안 아침 6시에 일어나 절 100배 하고 순례를 시작했다. 교회와 성당의 예배에 참석했고 시골 마을회관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이념 대립으로 희생된 사람들과 환경 파괴로 사라진 생명을 위해 기도를 하고 천도재를 지내기도
했다. 세상 사람 모두는 홀로 살 수 없고, 서로가 돕고 의지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걸 확인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스스로가 먼저 평화의 존재가 돼야 한다는 걸 각인하는 여정이었다.
순례단이 보낸 5년의 시간은, "구호를 외치는 대신 침묵을" 하고 "빠른 성과 대신 천천히
나아가는" 일을 실천하는 과정이었다. 그 결과, 5년 전에는 낯설었던 '생명평화'라는 용어는 이제 친숙하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으로 인식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이 좀 더 나아지길 기대한다면 더딜지라도 우직하게 자기 자신부터 바꿔야
한다는 작은 인식의 씨앗이 사회 곳곳에 퍼졌다. 5년이라는 시간에 방점을 찍고 돌아보면 작은 성과일지 모르나, 그 씨앗이 자라고
꽃 피울 수 있는 미래를 생각하면 큰 수확이다.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어야 함을 압니다. 내 마음의 평화와 세상의 평화가 둘이 아님은, 세상이 곧 나의 반영인 까닭입니다.
평화는 모심과 살림이며, 섬김과 나눔의 다른 이름이요, 함께 어울임이며, 깊이 사귐입니다. 그러므로 생명평화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넘어 모든 생명, 모든 존재 사이의 대립과 갈등, 억압과 차별을 씻어내고, 모든 생명, 모든 존재가 다정하게 어울려 사는 길이며, 저마다 생명의 기운을 가득 채워 스스로를 아름답게 빛나게 하는 것입니다.
생명평화의 길은 자신과 세상에 대한 신념이요, 깨어있는 선택이며, 지금 여기서의 행동하는 삶입니다. 나 자신이 먼저 평화의 등불이 되어 세상을 비추고, 평화의 샘물이 되어 평화의 강을 이루고, 평화의 씨앗이 되어 평화의 텃밭에 활짝 꽃이 피어나도록 돕겠습니다.
나는 이러한 간절한 믿음과 소망을 담아 다음과 같이 서약합니다.
첫째,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겠습니다. 모든 생명은 폭력을 두려워하고, 평화와 행복을 원한다는 사실을 항상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이념, 민족, 성, 계급, 인종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 없이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겠습니다.
둘째, 모든 생명을 우애로 감싸겠습니다. 모든 생명에게 감사하고, 겸손과 공경의 마음으로 마주하며, 성난 마음으로는 대하지 않겠습니다. 언어, 육체, 성, 심리, 경제, 사회적인 모든 형태의 폭력을 거부하고 우애의 마음으로 감싸겠습니다.
셋째, 대화와 경청의 자세를 갖겠습니다. 나의 견해만이 옳다는 생각이 폭력의 시작임을 항상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차이와 다양성의 관계를 축복으로 알고, 표현의 자유와 문화적 다양성을 옹호하겠습니다.
넷째, 나눔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청빈하게 살겠습니다. 평화의 등불, 평화의 일꾼으로서 모심과 살림의 자세로 삶터를 생명평화의 마을로 가꾸어 가겠습니다. 이웃의 고통을 없애고, 세상의 평화와 정의를 세우는 일에 시간과 재물을 나누겠습니다.
다섯째, 모든 생명의 터전을 보존하겠습니다. 뭇 생명의 생존이 곧 내 삶의 바탕임을 항상 새기겠습니다. 생태계를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생명의 순환질서를 지키는 일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여섯째,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고 실현하기 위한 길에 앞서겠습니다. 평화는 자신을 온전히 던질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임을 항상 새기겠습니다. 한반도의 전쟁을 방지하고 이 땅의 평화를 가꾸기 위한 길에 나의 마음과 몸을 바치겠습니다.
일곱째, 끊임없이 깨어 공부하겠습니다. 나의 몸짓, 말 한마디, 뜻 하나가 이렇듯 세상의 평화를 이루는 근본임을 항상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먼저 스스로를 정화하고 치유하기 위해 내 안의 평화를 일깨우는 공부화 수행을 꾸준히 하겠습니다.
나는 이제 생명평화의 등불입니다. 내가 밝힌 한 등의 불빛이 이웃의 등을 밝히고,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비추어 밝힙니다. 마침내 우리의 삶터와 이 세상이 환히 밝아지는 생명평화의 대동세상이 올 것입니다. 이렇듯 나로 인해 온누리의 뭇 생명, 온누리의 모든 사람들이 진정으로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서원하며 생명평화결사를 서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