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 워크숍 현실리뷰
복잡할 것 같은 워크숍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슬램'이 가진 의미들이 너무나 명료해서 놀랐다. 서밋 기간 내내 늘 붕 떠 있는 느낌을 받았는데, 슬램 워크숍 할 때 더욱 그런 기분이 들었다. 촌닭들 안에서는 워크숍 수강생과 기간 중 공연 연습만 나오는 사람들이 나뉘었는데, 수강생들은 너무 바빠지고/ 아닌 사람은 너무 한산한 일정이 되어버렸다. 워크숍이 딱히 어렵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는데, 9시에 시작하는 부담감 때문 이었을까.
아침이면 탱탱 부어서 언어의 요정들이 오다 갔다. 쉬는 시간이 되거나 워크숍을 마치면 구원 받는 느낌을 종종 받았는데, 그럴 때마다 고작 사흘의 워크숍이 또 막연한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느낌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서밋 기간 내내 하자 안팎을 부유했던 ??한 공기들은 묘하게 들뜨게 하기도 하고, 현실감각을 제로로 만들기도 했다. 999는 더 그랬다. 늘 999에 있으면 공연이 아닌 이상 축축 처지는 느낌을 받는다. 강사였던 매트가노는 일상 회화마저 슬램 같은 특이한 시인이었다. 저번 슬램 워크숍 후기모임을 바탕으로, 워크숍에 주가 되었던 항목들을 짚어보겠다.
1) 슬램(시)
FREE WRITING 이라는 막연한 주제가 더 어려웠다. 개개인의 작품에 일관성이 없는 것이 왠지 슬램의 특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시를 쓴다면 쾌쾌한 999 보다는 날 좋은 하자 밖으로 가는 것은 어땠을까 한다. 예전 퍼커션 워크숍 시간에서 시 쓴다고 선유도에 간 적이 있었는데.. 서울 투어로 이동한 후 시를 쓰는 연계 프로그램도 나쁘지 않을 듯.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워크숍 시간에는 한 줄도 제대로 못 적고, 203 컴퓨터에서 채찍 맞듯이 다다다 써버렸음. 그래서 그런지 내용도 우울하다. 사람은 밝고 따뜻한 곳에 있어야 한다, 흑.
2) 영어와 글로비시
매트가노가 '글로비시'라는 개념에 대해 알고 워크숍을 진행하는 것인가 싶었다. 그게 아니라면 '글로비시 슬램' 이라는 타이틀은 없어도 됐을 텐데. 스피드 잉글리시? 암튼, 어떤 언어를 쓰던 알파벳이 들어간다는 사실은 다들 알 것이다. 강사와 사무국이 앞으로는 '언어 설정'을 조금 더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가끔 글로비시를 배운다는 것이 대체 어떤 건지 감도 안 잡힐 때가 많다.
끝에는 흐지부지 모국어로 시를 써도 좋다는 명령이 떨어졌다. 물론 우리는 한국어로, 홍콩 애들은 광둥어를 썼다. '같은 뜻임에 불구하고' , 문자와 음성은 편차가 너무 크다는 사실을 알았다. 물론 내가 영어를 아주 잘 했더라면 크게 문제되지 않았을 사실이지만(개인적으로 인도, 홍콩에 갔을 때 한순간 영어를 되게 잘하게 됐었다. 궁지에 몰린 본능이었지만 아무튼 그랬다. 미국 갔을 때는 언니가 입 수발까지 들어주는 통에 한 입도 못 뗐다).
3) 무대
결정적으로 슬램 워크숍을 신청한 까닭은 무대에 있었다. 물론 슬램 무대의 기본 세팅은 알고 있었지만, 좀 더 새로운 무대를 고안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주 멋진 슬램 비디오는 봤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리허설에는 순서만 맞추게 되었다.
쇼하자 전날 매트는 홍대로 도망가 버렸다. 으악. 쇼하자 에서 되도 않는 발음으로 땀을 삐질 흘리고 있었을 때, 낭송시는 쉬어 보이지만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을 당분간 안 할 것이라는 다짐과 함께..
슬램 워크숍 현실 리뷰는 여기까지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워크숍 이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다' 싶은 생각은 들었다. 생각은 생각까지만. 아이고 조금 우울하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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